사랑합니다. 편안히 잠드소서

실종된 주권여사를 찾아주세요

아빠가 싫다고 반항하던 자식들이 한 자리에 모여
이 사람이면 돈도 많고 하니 엄마 고생 안 시키고 우리도 배부르고 등 따숩겠다 결의를 했습니다.
그리하야 우리 엄마는 결단을 내렸습니다.
5년만 그 남자와 살기로요.
그랬는데 이 남자, 알고보니 두집 살림 하던 남자였습니다.
그것도 처가살이하면서 옆집 여자까지 눈독들이던 남자요.
이거 계약서를 썼으니 무를 수도 없고 자식들은 분통이 터졌습니다.
게다가 이 남자, 뭘 해서 그리 돈을 벌었나 했더니
남의 돈으로 생색내고 큰 소리 뻥뻥치며 사기쳐서 재산 불린 사기꾼이었더랬죠.
주변에서 아무리 말해도 믿지않던 자식들 하늘만 쳐다보며 한숨을 내쉬는데
집에 들어온 지 두 달만에 이 남자의 돈벌이가 시작됐습니다.
자기 처가에서 키우던 소가 병들어 죽어가니까 그걸 이 집에 팔아먹으려고
온갖 감언이설로 꼬드기기 시작했죠.
엄마는 안 된다고, 우리 자식들 병든 소 먹고 아프면 어떻하냐고 극구 반대했습니다.
값싸고 질 좋은 쇠고기, 언제 그리 배불리 먹여봤냐며
이 남자는 괜찮다, 이게 다 애들 생각해서 하는 소리다 열심히 설득했습니다.
급기야 단식농성까지 하면서 반대하던 엄마는 앓아 누웠습니다.
자식들 또한 그런 엄마와 새아빠를 보면서 불안에 덜덜 떨었습니다.
엄마가 머리 싸매고 누운 사이, 이 남자는 옆집에 도움을 요청했습니다.
병든 소 먹어도 괜찮다고, 먹고 죽지 않는다고,
만약에 먹고 아프면 그때가서 안 먹어도 괜찮지 않겠냐고 말을 보태달라고요.
그 사실을 알게 된 엄마는 집을 나가버렸습니다.
금이야 옥이야 아끼고 보듬어 키운 자식들에게 병든 소 먹이고 나면
이 남자는 그 다음, 그 다음을 계획할 것이 뻔했으니까요.
두 집 살림하는 것도 모자라 다른 집 생계까지 거덜내고 그것도 양이 안 차
서서히 피를 말려 죽이려는 작자를 남편으로 믿고 살아야 하나 기가 막혔으니까요.
자식들은 벽보를 붙이고 다니며 눈물을 흘렸습니다.
'엄마, 병든 소를 먹어도 우린 엄마 자식이잖아요.
주권여사를 보신 분은 연락해주세요.
우리 주권여사를 찾아주세요.'
이런 난리 북새통에서도 이 남자는 자기가 세운 시뮬레이션 게임 속의 세상을 실현시키려고
열심히 땅을 보러 다니고 돈을 만들러 다니고 옆집에 놀러가 '꼭 팔아주겠다' 하하호호 웃고 있었습니다.
주권여사는 돌아올 수 있을까요?

by 머큐리 | 2008/05/16 12:46 | 트랙백 | 덧글(2)

Commented by 코피루왁 at 2008/05/16 13:27
애새끼들이 쳐울고, 아버지 내 쫓고, 울며 불며 매달리고 엄마 찾아 삼만리 하면서...남의 집 마구간에서 잠도 자보고, 쓰레기통에서 남이 먹다 버린 음식 주워 먹고 그렇게 세계를 한 두 바퀴 반쯤 돌아가서 간신히 엄마 찾아 갔는데...이미 어머니는 내 나라에 갔다 그러고...그래서 다시 돌아왔는데, 엄마는 병들어 있다...뭐 이런 식의 서사구조가 되지 않을까? 집 나간 엄마 찾기가 그리도 쉬운 줄 알아?
Commented by 코피루왁 at 2008/05/16 13:28
그리 쉽게 돌아올 여사였으면 애초에 나가지도 않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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