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합니다. 편안히 잠드소서

제목 짓기.... 부제:내겐 너무 힘든 과제

낮에 책상 위에 노트북을 펴고 오랜만에 정좌를 하고 앉았다.
며칠 전부터 머리를 오락가락 하는 시놉을 조금 정리만이라도 할까 하고 앉은 참이다.
한참 열나게 자판을 두드리다가 뭔가 좀 희미하게 잡히지 않는 것이 있어서
필립이에게 전화를 걸었다.
"필립아, 뭐해?"
"응, 나 굴 앞에 놓고 뭐 해먹을까 고민중."
"굴전 해먹어."
"귀찮아. 내가 하면 한 세 시간은 기본으로 걸려."
"참.... 밀가루 옷 입혀서 계란물 씌워 부치기만 하는 게 뭐 한다고 세 시간이나 걸려?"
"몰라, 라면에 굴 넣으면 이상한가?"
"뭐... 난 개인적으로 물에 끓인 굴은 싫어해서."
"집에 너구리 있는데 그거에 넣고 끓여먹어야지. 굴라면!"
스스로 기특하다는 듯 웃는데 뭐라 할 수도 없고.... 나도 그냥 웃었다.
시답잖은 이야기로 지면을 할애하긴 했지만 요즘 우리, 이러고 논다.
시국 얘기를 하자니 욕밖에 안 나오고
사는 얘기를 하자니 한숨밖에 안 나오고.....
"언니는 뭐하고 있었어?"
"시놉 좀 정리하고 있었어. 나두 너 연재한다는 데에서 연재 좀 해볼까 하고."
"오, 좋아좋아. 어떤 거?"
"전에 이글루에 올렸던 글 있잖아. 그거 가지고 좀 써볼까하고."
"오, 느낌 좋아. 역시 우린 최루성 멜로에 약하잖아. 그래, 제목은?"
이 순간, 난 조금 망설였다. 한 3초쯤.
"자살여행."
"안 돼!"
"그럼 저렴한 사랑?"
"뭐야, 그런 건! 다른 사람들이 아니라 우리가 변태였어. 제목이 그렇게 밖에 안 나와?"
좌절감이 쓰나미로 밀려왔다.
제목부터 이모양이니 내용은 어쩔거냐.
아직도 주인공들 이름도 정하지 못하고 그여자, 그남자로 부르고 있는데
아, 정말이지 이 저주받을 작명쎈쓰는 둘째로 치고라도
그지같은 타이틀 정하기는 정말이지.... 눈물이 앞을 가린다.
그래..... 필립아.
우린 진정 변태였구나.
기껏 최루성 멜로물에 살벌하게 '자살여행'이라니.
그것도 모자라 '저렴한 사랑?'이라고 물음표까지 붙여주는 이 개같은 쎈쓰!
앗, 개들아 미안..... ^^;
너희들을 비하하려는 의도는 없었어. 그냥 이건 관용적인 표현일 뿐이야. 이해해줘.

어쨌든 추워서 잠바 걸치고 싱크대 등지고 앉아 자판 두드리는 난
변태로 몰려도, 불쌍한 인생으로 동정을 사도 쓰긴 쓸 것이다.
누가 뭐래도 난 ....
작가니까! 히힛!

그래, 난 작가야.
잠을 자는 순간에도 시놉을 생각하고
꿈 속에서도 인물들을 분석하는
꼬박 글 쓰는 것, 읽는 것, 느끼는 것 이외에는 별다른 생각도 안 하고 사는
그래서 쓰지 않으면 낭비되는 것 같은
나는 작가야.
그러니까 쓰자고!

변태면 어떠냐?
세상에 나랑 비슷하게 코드가 맞아떨어지는 사람, 하나도 없을라고. 헤헤......

by 머큐리 | 2009/03/11 02:14 | 낙서장 | 트랙백 | 덧글(3)

Commented by 깔깔마녀 at 2009/03/11 16:47
앗! 오랜만이시네요~ 잘 지내시죠? ㅎ
글 쓰시는 거 잘 되면 좋겠어요 : )
Commented by 머큐리 at 2009/03/13 11:15
깔깔마녀님/ 반가워요. 잘 지내시죠? ^^ 깔깔마녀님처럼 저도 열심히 살아야 할텐데 큰 일이예요. 이 게으름 중독이라니..... ㅋㅋ
Commented by 코피루왁 at 2009/03/13 12:01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저날 좀 웃겼어.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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